도서명. 여행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
엮은이. 손미나
한줄평. 익숙한 곳에서는 바꿀 수 없는 것들
개인평점. ★★☆☆☆
완독일. 2024.9.18.
https://www.yes24.com/Product/Goods/57960519
그만두고 나서 내가 어떻게 되는 건지 한번 보자.
34/710쪽(전재책 기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인아님 인터뷰 부분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그만두고 싶다. 일을 그만두고 싶다. 그만두고 싶다기 보단 언제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그만둘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러지 못 하는 것은 그만두고 난 후에 오는 불확실성과 두려움 때문이다. 그런데 ’그만두고 나서 내가 어떻게 되는건지 한번 보자.‘ 라니. 나는 한번도 마음에 품어본 적 없는 문장이다. 아마 부러워하는 지금도 그냥 부러워하고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마음을 먹고 일을 그만둔 후 최인아가 떠난 여행지가 인도였다.
그 집 어머니께서 힘들지는 않아? 괜찮아? 이렇게 물어보시는데 거기서 제가 눈물이 봇물 터지듯이 터져서 엉엉 운 거예요. 힘들고 꽉 차 있는데 다정하게 이야기해주니까, 창피한 줄도 모르고 운 거죠.
41/710쪽(전자책 기준)
낯선 곳에서 마음이 힘들 때 누군가가 건낸 다정한 말에 고맙지 않을 이가 있을까. 내가 여행을 하며 낯선이에게 받은 도움에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에, ‘아, 나도 내가 사는 곳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이렇게 다정하고 친절하게 알려줘야지. 그렇게 친절을 돌려줘야지.’하고 마음먹곤 한다.
힌두교에서 바라보는 이생의 삶이라는 것은 별거 아닌 거예요. 그냥 윤회 속의 하나예요. 이생을 마치고 또 태어나는데, 다음 생에는 좋은 데서 나려면 지금 살고 있는 이생에서 좋은 업을 쌓아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게 돈을 달라고 구걸을 해서 제가 돈을 주면 그들 입장에서는 저로 하여금 좋은 업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예요. 우리가 속해 있던 세상에서 옳은 것과 틀린 것, 내가 옳으면 너는 틀려야 하는 것.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 충격이 상당히 컸던 것 같아요.
47~48/710쪽(전자책 기준)
다른 독자들에게도 충격일 것이다. 이렇게 뻔뻔할 수가. 돈을 요구하면서 ‘너에게 좋은 업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니까 돈 내놔.‘라니. 그래, 내가 생각하는 것 역시 내가 살던 세상 속에서 만들어진 기준과 가치관이니까 하며 더 유하게 생각해야겠구나, 나는 아직 멀었다라고 생각했던 부분이다.
나를 돌아보고 사회가 어떻게 나아질 수 있을까 고민하기 위해서
76/710쪽(전자책 기준)
열여섯 소년 임하영님 인터뷰 부분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파트이다.
임하영님이 여행을 시작한 목적이 나를 돌아보고 사회가 어떻게 나아질 수 있을까 고민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성인도 되지 않은 나이에 떠난 여행이었다. 나는 그 나이에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을까. 아마도 입시. 성인이 된 지금도 내가 사회가 나아지기 위한 고민을 하기는 하나 싶은데 스스로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저는 무언가 답을 찾으러 갔지만, 딱히 답을 얻어오지는 못했어요. 대신 질문을 더 많이 얻어왔죠.
95/710쪽(전자책 기준)
질문을 더 많이 얻어올 수 있는 여행. 젊을 때 여행을 많이 해보라는 사람들의 말은 이런 의도일 것 같다. 소비형 여행이 아니라 질문을 얻어올 수 있는 여행.
개인적으로 행복이란 무엇일까, 어떤 질문을 가지며 삶을 살아가야할까 고민을 하던 때에 자주 들었던 가수 잔나비의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https://youtu.be/cjGNu9qlLGY?si=Kd0ulnLaqetFWV7N
사람들은 참 거짓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속이는 거짓말이요.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은 정말 아무 의미도 소득도 없는데 말이에요. (…) 내 행위의 당위성을 나 자신에게 부여해주지 않으면 미칠 것 같으니까 계속 나를 속여왔던 거죠.
143/710쪽(전자책 기준)
나영석 PD님 인터뷰 부분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일에 너무 많이 빠져들 때가 있어서 이게 맞나 싶을 때가 있었는데, 일을 계속 하는 것이 괴롭지만 그래도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한다. 나도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일을 할 때가 있는데 솔직히 가만히 있는 것이 더 괴로워 일을 하고, 일을 하는 것이 더 즐거울 때가 있다. 이게 스스로를 소진시키면서 하는 것은 아닐까, 행복은 다른 곳에 있는데 내가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은 아닐까, 쓸데 없는 것에 내가 시간을 쏟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이 들 때가 있다. 현재의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하자.
사람이 여럿 모여서 같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요. 일종의 집단 창작 같은거죠. 스티브 잡스처럼 한 명의 천재는 없을지 몰라도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논쟁에 논쟁을 거듭하다보면 거기에서 창의성이 도출되곤 하더라구요.
148/710쪽(전자책 기준)
나는 혼자 일하는 것이 편한 사람이지만 현재 학교에서 참여하고 있는 제안제도가 즐거운 이유가 이 때문이다. 혼자 일하면 빨리 빨리 일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창의적인 결과물은 안 나온다. 팀원들이랑 이야기하다보면 나 혼자서는 절대 생각해낼 수 없는 창의적인 활동물들이 나온다.
그럼 어느 순간 그걸 받아들이게 되나요?
안 받아들인다고 대안이 있는 건 아니었거든요.
215/710쪽
뮤지션 윤상님 인터뷰 부분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내가 직면한 일들도 그런 일들이 많다. 안 한다고 안 해야되는 건 아니다. 결국 다 해야될 일들이다. 대안은 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처럼 ‘자신의 재능과 세계의 요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천직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해내고 있는 중이다.
268/710쪽
가수에서 국제변호사로, 성장하는 사람 이소은님 인터뷰 부분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많이 웃으면서 읽었던 파트이다.
진로를 정할 때 세상의 흐름(?)과 맞닿는 일을 찾아 정하려고 하는데 그게 자신의 재능과 일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내가 잘 하는 일, 하고 싶은 일, 하고 있는 그 일로 세상에게 사랑 받을 수 있다는 건 상상만 해도 멋진 일이다.
언어만큼 강력한 무기가 없잖아요. 암하릭이란 언어인데, 그걸 몰랐으면 컬렉션을 할 수도 없고, 목숨을 건질 수도 없었을 거예요.
282/710쪽(전자책 기준)
외교관의 아내에서 컬렉터로, 세계장신구박물관장 이강원님 인터뷰 부분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언어 배우기를 좋아하는 내가 너무 공감했던 구절이다. 언어, 특히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할 줄 안다는 건 그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한다는 사람에게는 큰 호감 요소이다. 우리도 어떤 외국인이 한국어를 잘하면 신기해하고 더 호감이 느껴지지 않은가. 언어를 배우지 않는다고 해서 그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언어를 배우면 그 나라를 더 사랑하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언어를 배우며 공들인 시간과 흡수한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상대도 언어를 배우는 고된 과정이 있었을 걸 알기에 호감을 느끼는 것이지 않을까.
아일랜드 갔을 때 김숙 씨가 밤새 잠을 안 자고 뭘 하더라고요. 너 뭐 하냐 물어보니 호텔 경매 사이트에서 낙찰 받는 중요한 순간이래요. 평소에는 되게 비싼 방인데 그 사이트를 통해서 가격이 정해지고 있다는 거예요. 그만 자라~ 그랬죠. (웃음)
377/710쪽(전자책 기준)
개그우먼 송은이님 인터뷰 부분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송은이와 김숙의 팟캐스트 ‘비밀보장’을 즐겨 듣곤 했던 지라 너무 김숙 님의 목소리가 들리고 어이없어 하는 송은이 님의 웃음이 울려퍼지는 듯해 웃겼던 부분이다. 저렇게 성향이 다른 사람이랑 여행하고 따라만 다녀 보는 것도 색다르고 재밌겠네라고 생각했던 부분이다. 실제로 요즘 여행을 자주 같이 다니는 친구들은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들인데 평소의 나였다면 만들지 않았을 여행 릴스, 힙한 단체 사진들, 무계획에서 나오는 우연의 즐거운 순간들이 떠올랐다.
신자들이 십자가를 직접 지고 비아 돌로로사 언덕을 올라가는 체험이 있어요.
십자가를 지고 간다고요?
십자가를 빌려줍니다. 큰 십자가는 20불, 작은 건 10불 정도 해요. (웃음) (…) 이영자 씨가 십자가를 딱 짊어지고 혼자서 성큼성큼 가는 거예요. 가뿐하게. 이영자 씨가 십자가를 지는 순간 십자가 배달 시키신 분~ 이런 느낌…… 때문에 재미있고 웃겼고요. (모두 웃음)
393, 395/710쪽(전자책 기준)
나중에 다시 읽으면서 또 웃고 싶어서 발췌한 부분이다. 십자가를 빌려주는 것도 웃기고 이영자 님의 십자가 배달 시키신 분~도 글을 읽으면서 너무 웃겼다.
풍선 안의 공기가 신이 나고 흥분되어서 밖으로 나가서 놀고 싶어서 그런 거야? 그럼 공기는 밖으로 나오면 슬퍼지겠네. 하는 거예요. 그러다가 또 하는 말이 바람은 눈에 안 보이네. 바람은 아빠의 사랑 같아. 눈에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거든.
447/710쪽(전자책 기준)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님 인터뷰 부분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로봇 공학자인 그는 아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아이에게 과학적인 이유를 잘 설명해주려고 한다고 한다. 자신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후 아이가 풍선 안의 공기를 바라본 시각은 너무 맑다. 아이들의 상상은 이렇게 맑고 순수하다.
내가 있는 곳에서 달의 위치를 꼭 파악해놓으래요. 그리고 달에게 꿈을 얘기하래요. 달은 당신의 꿈을 도와주는 조력자이자 친구가 될 거래요.
475/710쪽(전자책 기준)
'슈퍼파월' 김영철님 인터뷰 부분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달에게 빌 꿈 조차 당장 떠오르지 않는 나에게 너무 낭만적인 이야기처럼 들렸다. 영어 잘 해서 인터내셔널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김영철 님처럼 나도 달에게 빌 꿈부터 생각해봐야겠다.
손미나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누군가가 읽어보길 권해서 읽었던 책이다. 책 속에 인터뷰를 한 사람 모두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라 그런지 인터뷰를 읽는 것이 즐거웠다. 사람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그렇지만 글쓴이 손미나 자체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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